면앙정은 정자의 이름이면서 송순의 호이기도 한데, 여기서 면앙이란 땅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으로, 아무런 사심이나 꾸밈이 없는 너르고 당당한 경지를 바라는 송순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면앙정으로 오르는 길은 꽤 가파르다. 잔뜩 우거진 대숲 비탈 사이로 알맞은 너비의 돌계단이 이어져 있다. 이 계단을 다 오르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너른 평지가 나오고 그 언덕 끝에 정자가 서 있다. 정면 3칸에 측면 2칸의 규모인데, 가운데 한 칸짜리 방이 있고 빙 둘러 사방에 마루가 깔려 있어 주변의 자연을 안아들인다. 여기서 바라보는 전망의 중심은 정자 뒤편에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들과 언덕 아래에 깔린 평야, 그 위로 탁 트인 하늘이 시야에 들어온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가사문학의 대가 송순(1483˜1582년)의 자(字)는 수초(守初), 호는 기촌(企村), 면앙정( 仰亭)이라 했고 담양군 고서면에서 조선 성종 24년(1493년)에 출생하였다.

송순은 중종 14년(1519년) 별시문과 을과(別試文科 乙科)에 급제하였고 벼슬길에 올라 동지중구 부사(同知中 府使)를 거쳐 대사헌에 올랐다. 뒤이어 한성판윤을 지내고 55세 때 중종실록에 착수하였으며 60세에는 진산 부사를 역임하고, 66세에 전주 부군을 거쳐 명종실록에 착수한 후 의정부 우참찬 겸 춘추관사(春秋館事)를 지내고 귀향하니 그때 나이 77세였다. 물론 그간의 관직 생활 중에는 을묘사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무난하게 정계 생활을 마쳤음은 그의 군자다운 인품과 대인적 기풍을 짐작할 수 있게 하며, 9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면앙정에 머물며 유유자적 많은 가사를 남겼다.

그의 본격적인 문학 생활은 귀향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면앙정 장가(長歌 1편, 雜歌 2편, 致仕歌 3편, 悲惜歌)를 비롯하여 면앙정 단가 7편, 오륜가(五倫歌) 5편 등이 그의 문집에 기록되어 있으나 이들 작품이 한역가(漢譯歌)여서 안타까웠었는데, 다행스럽게도 1964년에 면앙정가 원문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면앙정 안에는 퇴계 이황과 하서 김인후의 시, 고봉 기대승의「면앙정기」, 백호 임제의「면앙정부」, 석천 임억령이 면앙정에서 바라보는 30가지 좋은 경치를 노래한 「면앙정 삼십영」, 송순 자신의「면앙정 삼언가」등이 판각되어 걸려있다. 송순은 60세에 정자를 증축하고는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땅을 내려다보기도 하며 바람을 쐬면서 남은 생애를 보내게 되었으니 나의 본래 원하는 바가 이제야 이루어 졌다"라고 기뻐하며 기대승과 임제에게 「면앙정기」와「면앙정부」를 부탁했었다.

 
원래 면앙정 터에는 곽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금어(金魚)와 옥대(玉帶)를 두른 선비들이 이곳에 모여 오락가락 하는 꿈을 꾼 그는 자기 아들이 벼슬을 할 것이라 여겨 공부를 시켰는데 뜻대로 되지도 않고 집안마저 가난해졌다. 곽씨는 이곳의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송순이 그 터를 사 놓았다가 나중에 정자를 지었다.   

뒷날 이곳이 소위 면앙정 가단을 이루어 한다한 학자 가객 시인들의 창작의 산실이자 휴식처가 된 것을 보면 곽씨가 해몽을 틀리게 했지만 꿈은 제대로 꾸었던 것 같다.

정자 앞에는 가사문학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면앙정가"의 한 구절을 새긴 비가 서 있다. 송순의 면앙정가는 정극인의 "상춘곡"과 더불어 호남 가사문학의 원류가 될 뿐더러 내용․형식․가풍(歌風) 등에서 정철의 "성산별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후에 면앙정 송순에게서 김인후, 임억령, 고경명, 임제, 양산보, 김성원, 기대승, 박순, 특히 정철이 그에게서 사사했으며 좋은 경치와 노학자를 찾아 이곳을 드나들며 시짓기를 배우고 즐겨 호남 제일의 가단을 이루었다.

정자 앞과 뒤에 선 큰 참나무 두 그루는 송순이 정자를 지은 후 기념으로 심은 것이라 전해지며 제월봉 정상 쪽으로 100미터쯤 간 곳에는 송순의 무덤이 있다.

"10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보고 보리라"

송순이 만년에 면앙정을 두고 읊었다고 전해지는 이 시에는 우리 민족의 자연주의적 정원관이 잘 나타나있다.
다음은 면앙정 송순이 읊은 시와 면앙정에서 하서 김인후가 읊은 시이다.

[ 면앙정시]                                                       [ 仰亭詩 ]

굽히면 땅이요, 우러러보면 하늘인                        有地 仰有天
그 가운데 정자를 짓고 흥에 겨워                          亭其中 興浩然
바람과 달을 맞아들이고, 산과 냇가를 거닐며         招風月 揖山川
지팡이 짚고 백년을 보냈네.                                 扶黎杖 送百年

강산에 임자있고 풍월에 값 있으랴..                      江山兮豈有主 風月兮豈有價
이 한몸 놓아두고 누굴 위해서 못 가는고..             特此一身兮 何兮許不可去而
날마다 가지 못하고, 오늘내일 하느냐. .                每日兮不得去 今日來日兮伊何
- 면앙 송순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靑山自然 綠水自然自然
山 절로 水 절로하니                                         山自然水自然
산수간도 역시 절로절로                                    山水間我亦自然 自然
아마도 절로 삼긴 인생이라                                己矣哉自然生來人生
절로절로 늙사오니                                           將自然自然老
- 하서 김인후

☞ 교통편

담양 읍내에서 장성 쪽으로 24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담양교를 건너 읍내를 막 벗어나면 광주로 가는 887번 지방도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3.6킬로미터 가서 대추교를 넘으면 바로 왼쪽 언덕 위로 면앙정이 보인다. 입구에는 대형버스 주차장이 있다.

면앙정 앞에 광주와 담양을 오가는 시내버스(225번, 125번)가 있다.